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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늙음의 행간 ‘나 돌아갈래’ 비명이라도

-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 -
아빠! 별일 없었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오는 전화 끝에 결별한 듯 데면데면 살다가 손주들 앞세워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면 섭섭한 생각은 어느새 물거품이다.

지어미 탯줄에서 잘려나간 지 40 넘어 끈을 이어주는 아들이 있어 늘그막에 그나마 허전한 가슴에 숭숭 찬바람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자식이라고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식 낳고 살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 자립심 키워야 해. 홀로서기 하도록 해야 해.’ 속으로는 알면서 왜 못 고칠까? 온전히 다 주고 더 못 줘 안달하는 부모 마음이다. 까꿍 놀이 시절에 효도 다 받았다는 말이 정답인 것을 남의 얘기로 건성 들은 것이다.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은 생각은 애당초 없었어도 자식으로부터 기쁨을 얻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서운한 일만 생각난다. 그마저도 점점 희석되어 섭섭하고 서운하고 자시고도 없다. 그렇게 기쁜 일도, 그렇게 슬픈 일도 없어지고 감정이 둔해지더니 석고화 되어간다. 이 순간은 늙었나보다 쪽이다.    

조금 냉정한 사람도 이럴진대 자식만 바라보고 올 인하는 사람은 가늠이 안 된다. 부모의 간을 다 빼 먹어 봐서 그런지 삶이란 편린의 어려움을 일찌감치 알아서 결혼도 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간을 빼 먹었다면 수도 셀 수 없을 만큼이겠지만, 그 정 때문에 안달복달 가정을 지키려고 애쓴다.    

그런데 이런, 남의 일로 여긴 가정해체가 현실로 다가올 줄이야. 무거운 침묵만 허락된 암병원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두 눈 두 손 꼭 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가족이 있다. 결과를 기다리며 소리 없는 눈물과 얇게 떨며 훌쩍이는 모습을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실제로 암 판정을 받고 혼자 쓸쓸히 허탈해진 본인은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심정을 이해나 하는가?    

이참에 갈라서자, 이도 저도 피차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짐이 된다면 어렵게 살지 말자. 이유는 간단하다. 비극인지 희극인지 결혼 후 혼자 산 지 25년 백 세 인생 4도막으로 나누면 부모 자녀 관계, 결혼하고 혼자 또 따로, 나머지 한 도막은 기초생활보호 수급자로 한평생을 마감하려 한다.

허기진 마지막 도막 난 인생의 종점은 기초생활보호 수급자라도 되기 위해 78세와 72세 노인은 이혼한다. 평범한 가장인 듯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내막이 있다.    

노부부의 어린 시절, 밥이 아니라 입에 풀칠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했다. 전 재산 소 한 마리에 쇠 꼴 배고, 풀밭 찾아 염소 매고, 거머리 득시글대는 논에 들어가 김매고, 산중 나무하러 다니고 배고픈 설움 참고 살았다.    

지금에야 홀벌이로 못 산다고 너나없이 직장생활이다. 직업이 몇 개 되지 않은 그때 남자는 건설현장으로 여자는 공장으로 취직하면 잘한 것이다. 신혼 시절에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건축기술 있으니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돈벌이 갔다.    

피땀 흘려 번 돈 집으로 다 보내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그래도 집이라도 반듯하게 마련해서 살 줄 알았는데 멀고 먼 나라에서 다시 돌아올 줄 몰랐던지 아내는 바람이 났다. 유행처럼 번졌던 장바구니 들고 카바레 드나들며 춤바람에 누구랑 눈 맞아 즐기고 있더라는 소식에 억장이 무너지고, 뜬소문이기 바랬다.    

직접 본 일이 아니라고 참고 몇 년 살았는데 부정한 생각이 떠올라 오래 못 살 것 같아 부양의무 져버리고 혼자 빠져나와 대책 없이 25년이나 흘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애들 키우느라 애쓴다는 소식만 귓등으로 접하고 서로 무책임하게 모르쇠로 지냈다.    

온갖 풍상 겪으며 잘살아보겠다고 했지만, 끝내는 대장암 수술과 복막염 수술 늘그막에 암 투병까지 했다.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도 낀 만신창이로 의지할 곳이 없다. 정부 보조금이라도 신청하려고 근천 떤다. 피폐해진 가정이다.    

비록 떨어져 혼자 주야장천 살아도 자녀와 아내가 등본상에 올라있는 가정은 안 된다 하여 아내에게 이혼하겠다고 소장을 보냈더니, 누구 좋아하라고 이혼하느냐고 안 해준다. 이 지경에 노궁이고 노추요 잘못이다. 허깨비 가장 노릇을 더 해야 하나보다.


강희순 기자 khs-dog@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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