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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실버들의 대한민국 U자 걷기

- ‘한사모’의‘대한민국 U자 걷기’ 체험기 -

요사이는 실버세대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말은 힘차고 활력이 넘치는 느낌보다 석양에 물든 아름다운 황혼을 연상시킨다. 실버세대의 2모작 인생은 직장 다니느라 덮어 두었던 끼를 정년퇴직 후에 끄집어내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삶을 뜻한다. 

사회 봉사하기, 각종 악기 다루기, 평생교육원에서 강의 찾아 듣기, 등산 즐기기 같은 것이 그 부류에 속한다. 주변에 매주 일요일 친구끼리 모여 정담을 나누며 산책길을 걷는 것으로 작게 시작한 모임이 있다.

그들은 일요일마다 만나 얼굴 보는 재미에 한 번이라도 빠지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것만큼이나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되었다. 평균 나이 70세 정도의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니까 2모작 인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일요일마다 3시간 정도 걷기로 단련을 하여 선수까지는 안 되었어도 1시간에 4km 정도 걷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게 되자 더 보람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해안선을 따라 영어글자 U자 모양의 해안선 걷기를 하자고 의기투합하였다.

‘한사모(한밤의 사진 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함수곤 대표는 열화 같은 회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국토 대장정을 순례하는 학생들만큼 젊지는 않아도 열정만은 누구보다 뒤떨어지지 않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다.

한사모 모임은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임진각까지 11개 구간으로 나누어 한 개의 구간을 한 주일씩 걸어 보자고 하였다. ‘대한민국 U자 걷기’는 그렇게 시작하였다.

2008년 4월 7일 시작한 대한민국 U자 걷기는 제1구간인 고성에서 강릉까지를 일주일에 완료하고 다시 같은 해 11월 제2구간인 강릉에서 울진까지를 이어 걸었다. 그렇게 시작한 고성에서 임진각까지 대한민국 U자 걷기의 총 길이는 3천 8백리나 되며 2008년 4월 7일 시작한 걷기가 2013년 4월 6일로 만 5년 만에 매듭지어졌다.

오렌지색 상의를 입은 수십 명의 노인들이 해안선을 따라 걷는 것을 보았다면 그들이 바로 U자 걷기의 한사모 멤버들이다. 그들은 걸을 때마다 중간중간 쉬면서 동요도 부르고 하모니카 연주도 하며 간식도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주변 사람들은 “저 노인들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무엇 하러 땡볕에 땀 흘리고 사서 고생을 하는고.”라고 수근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한사모 노인 학생들은 “스스로 바보들의 행진”이라 이름 지었다.

그 바보들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경치도 구경하고 친구들과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고 맛집도 찾아다니며 넉넉한 마음을 하늘에 날려 보내며 여유롭게 걷기를 오늘도 즐기고 있다. 그 결과 전립선암을 근자에 수술한 노인, 갑상선암을 조기에 떼어낸 할아버지가 열심히 출석하더니 뒤끝이 깨끗해진 것은 덤으로 받은 선물이라 기뻐한다.

평소 한사모 회원들은 주말 걷기를 하면서 건강을 되찾고 서로 만나서 우정을 돈독히 하며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만남, 배움, 건강’을 한사모 학교의 교훈이라 부른다. 한사모 학교의 커리큘럼은 주지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을 주로 가르치는 정규 학교와는 다르다고 자랑한다.

그들은 “결석을 하여도 나무라지 않는 학교, 음악 미술 체육을 주로 하는 학교, 수학여행을 많이 다니는 학교, 열띤 토론을 많이 하는 학교, 전국의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노인들의 명문 학교라고 으스댄다.

나는 이 학교에서 2013년 4월 1일부터 6일까지 실시하는 ‘대한민국 U자 걷기’의 마지막 11구간 코스에 참여하였다. 인천 송도에서 강화도를 돌고 파주를 거쳐 임진각으로 가는 152km 거리를 6일 동안 함께 걸었다.

나는 평소 분당의 탄천변을 자주 걷고, 등산하기 때문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첫째 날인 4월 1일 25km를 걷고 둘째 날 30km를 걷는 데 양쪽 발가락 몇 개에 물집이 생겨 걷는 데 큰 불편이 따랐다. 다행히 나이팅게일의 도움을 받아 물집을 따서 고인 물을 짜내고 약을 바른 후 다시 걸었더니 큰 지장이 없었다. U자 걷기에서 명예로운 훈장을 받은 셈이다.

임진각에 도착한 한사모의 나이 든 학생들은 6.25전쟁 때 비행기 폭격을 당하여 만신창이로 전시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명패를 단 기관차 앞에 모여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만세 삼창을 힘차게 불렀다. 그리고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걷고 싶다. 중강진까지!”라고 소리 높여 외치며 아쉬워했다.

특히 황해도 신천에서 피란 나온 친구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지금의 여세로 어릴 때 자란 고향까지 가고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도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들과 함께 그곳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는 것은 나만이 갖는 상념은 아니리라.


정완호 박사(수필가, 전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wanho-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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