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문화행복

미래·경제

복지·환경

국제

시민·사회

생활건강

영상뉴스

사진뉴스

특별취재

SNN칼럼

오피니언

오늘의 건강

여행 & 맛

포토에세이

생활 한자

지구촌산책

한국의 기차역

인물과 역사

디카교실

자연과 야생화

시사 상식

복지관소식

실버넷 만평

전국의 아름다운 길

은퇴 후 자산관리

외국어

기타

확대 l 축소

일상에서의 사색과 성찰(5)

-문산 장날 그리고 경의선-

6월의 두 번째 일요일, 서울역에서 문산까지 경의선을 탔다.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연결되었던 경의선이라 한다. 처음이다. 분단과 함께 두 동강이가 난 철도라 한다.

내 강의를 들었던 한 분이 평생 수집한 도서를 변두리 동네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기증하겠다 한다. 이를 중재해 주려 서울역의 전철을 타야 한다고 했다. 약속 시각에 맞추어 무작정 갔다. 아이코! 그런데 30분이나 더 기다려야 탈 수 있단다. 동행인은 다른 교통편 두고 잘못 탔다고 야단이다. 우리가 들어가니 다른 사람들도 따라 들어온다.

우리 곁에 72세와 68세의 부부가 가까이 앉는다. 부부끼리 할 일이 없어 문산 시장 다녀오려 한다고 한다. 아저씨는 충북 증평이고 부인은 진천이라 한다. 고향을 밝히고 부모 잃고 작은 집에서 자란 72세 아저씨에 대한 내력도 말해 준다. 아저씨는 자신의 잘생긴 작은 아버지가 말년에 30대에 과부가 된 아주머니의 자식들과 합의로 같이 살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때야 비로소 작은아버지가 암에 걸린 줄 알고 3년을 살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작은아버지는 행복하게 살다 갔다 한다. 그런데도 나이 들어 시집와 병간호만 한 그 새 작은 어머니에게 싼 아파트 하나밖에 드릴 수 없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그 작은 어머니는 잘생긴 자신의 작은 아버지를 좋아했다고, 그래서 다시 재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등. 우리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듣고서 잠시 후 76세의 한 할아버지가 바로 우리 곁을 찾아 앉는다.

아버지가 북한 출신이라던가. “노는 게 답답하여 파주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려 한다”고 한다. 다시 외손자 데리고 친정이 문산이라는 60대 아주머니가 탄다. 한참을 문산까지 가는 시간에 대해 논쟁한다. 다시 어디에서 갈아타면 좋을 역에 대해서 논쟁한다. 이제는 부부관계에 대해서,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해서, 다시 형제자매들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쉬지 않는다. 나 또한 이런 분위기가 재미있어 들으면서 슬쩍슬쩍 말을 던져 보고 끌어내 본다.

이를 곁에서 듣던 68세 동행인은 고개를 흔들며 자리를 멀리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노인들과 죽 밥을 맞추는 나를 두고 “조 박사님도 이제 노인이 다 됐어!” 하며 냉소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자신은 노인들 이야기가 싫다고 한다. “노인들은 맨 과거 이야기만 한다니까. 과거 이야기하는 것은 우울증이야! 그들은 미래가 없으니 맨 과거 이야기만 한다고” 나는 한술 더 떠서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이야기 재미있지 않아요?” 하니 그는 다시 고개를 흔들면서 “미래가 있는 젊은 조 박사님이야, 즐거울 수 있지만, 나는 노인들의 저런 이야기는 듣기도 싫어!”

암튼 나는 68살과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했다. “태극기 부대를 봐요. 나이 들면 다 자기 고집대로 살지 않아요!”라고. 이를 듣고서 묵묵히 동조하는 뜻의 침묵만 그는 지킨다.

1시간이나 넘어 문산에 도착했다. 마중 나오려는 사람이 다른 급한 일로 늦게 나오게 되었다. 이 틈에 점심을 위해 시장통을 뒤진다. 드디어 생선구이 식당을 찾았다. 웬걸! 사람들이 곧바로 여기저기서 들이 다친다. 유명한 식당이란다. 그래서인지 불친절하다. 그런데도 모든 식탁은 가격 대비로 볼 때 풍성하다.

한 참 뒤 나온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에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커다란 둥근 접시에 살집이 잘 잡힌 커다란 고등어 두 마리와 삼치가 노릇노릇하니 잘 구워져 나온다. 이토록 맛있는 생선구이를 실컷 먹게 될 줄이야 ~ 가만히 보니 서울역에서 만난 일 없어 문산에 점심 먹으러 다녀오겠다는 부부의 말이 떠오른다. 어느새 왔는지 그들도 멀찌감치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주변까지 권한다. 잠시 후 나에게 다가와 막걸리를 권한다. 나도 얼른 마시고 한잔을 권한다.

북적이는 식당을 뒤로하고 마중 나오는 사람을 만나 탑승하였다. 목적한 모든 일을 보고 여기 온 기념으로 가까이 임진각을 들리자 했다. 끊어진 철로와 짙은 밤색으로 녹슨 기차가 전시되어 있다. 소녀상과 범종이 겹쳐지는 장소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경의선을 탔다. 종점인 문산역에서 서울로 되돌아가는 전철 안은 뭔지 모를 따스한 열기로 차 있는 듯이 보인다. 그것이 왠지는 아직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까!


조준호(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yathabhuta@hanmail.net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