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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하늘의 뜻」이었다

- 세상에 온 게 제각각이었듯이 멈춤도 제각각이다 -

좋았던 날도 흘러가기 마련이다. 생명이나 사물 하며 사람의 맘도 다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어디론가 가는 동선으로 세상만사가 앞서고 뒤따르며 결국 사용과 유통 필(必)로 때때로 사라져간다.

노인에겐 이 사라져감에 대한 서글픈 감정이 절로 드니, 닥쳐올 죽음이 늘 뜨겁다. “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를 노래한 가수(최희준·2018년 83세에 작고)도 「뜨내기 인생」을 노래했지만 작년에 돌아가셨다. 죽음을 사색할 즘이면 온 길을 틈새로 돌아볼 감정이 주어지고 살아오다가 주눅 들었던 마음들도 어느새 고개를 든다.

지난 4월 어느 날, SBS TV 다큐멘터리(Documentary)에서 “나이가 들면 온 인연에 거슬리지 않게 살다가 오는 죽음을 자연스레 맞아라”라는 메시지로 방영했다. 고로 살아오다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묵시가 서글프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수순이지만 삶을 안분지족한 그 다큐멘터리 속의 실버는 자신의 분수대로 살았다. 젊어서는 화려한 일상을 신천지에서 보내다가 늘그막에 고국산천으로 들어와 색다른 지족(知足)을 누렸다.

노상 바다를 즐겨 찾고 낚시를 하였는데, 낚은 생선으로 식당도 열었다. 그곳 오지를 찾은 여행객에게 베푸는 마음이 식당을 연 이유가 되었다. 노년을 가지게 된 이로써 제 분수에 맞추고 만족하며 사는 실버였다. 나이 들도록 살면, 제 안분지족(安分知足)을 가질 수 있는 일은 다 알아가기 마련이다.

꼭 정해진 생활보다 취미와 능력을 살려서 뭔가를 저질러 봄 직도 하다. 즐기고 살 인간다운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취미와 능력이 인지되면 마음이 인정해줄 시간이 노년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하고픈 일을 저질러놓고 익히면 습(習)이 배여 살아가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합창을 해보고 싶었다. 자타(自他)의 눈치 속에 웅크리고 산 젊은 날의 주저함도 사라지는 리브라이프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정으로 망설이던 걸 노년에서야 익히면서 꿈 나래를 펴는 인향(人 香)에 내게도 안분지족이 생겼다.

그러나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시간의 과다노출로 바빴다. 이를 극복할 용기는 서서히 주변에서 찾았다. “안성 실버합창단은 세계무대로 나아갑시다”라고 희망을 주는 성악가 선생님(고희전 성악가) 때문이었다. 육십여 명의 실버들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소리도 가능하고 또 고희전 선생님은 늘 용기를 넣어줬다.

모두가 “몸은 늙었지만, 소리는 늙지 않았다”며 남다른 사고로 실버들의 맘을 터 주었다. 평균 75세의 실버들이 4부(소프라노, 앨 토, 베이스, 테너)로 자아내는 소리 화음이 노인들에겐 꿈결만 같았다.

나 역시 늘 망설이기만 하던 눅눅한 실버였지만 이 소리(합창)의 소통은 안분지족이 되고 삶의 방점이 되었다. “열심히 살아놓고 보면 결과는 「하늘의 뜻」이었다.”라고 한 카네기(Dale Carnegie)의 말처럼 「하늘의 뜻」이 되었다. 노년이 즐거운 건 다재다능한 카네기가 19세기에 전한 이 생각 때문이었다.

돈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겨서 사람을 위해서 돈을 기부한 세계적인 기부(寄附)왕, 그도 제 분수를 알고 이를 지키려 했다고 여겨진다. 삶이 몹시도 수줍던 시절에 책으로 만난 카네기는 늘 등불이었다. 그의 「인간관계론」은 내면을 달구고 머뭇거리던 감성에 바이블이 되었다.

동국여대 불교대학원을 졸업한 양수진(장례지도사) 씨는 「이 별에서의 이별」이란 책을 썼다. 자신의 직업을 “죽음이 배웅인 줄 알았더니 실은 만남이었다.”라고 했다. 그녀는 시체를 만질 때마다 실은 죽음이 두려웠단다. 시신(屍身)을 염하고 늘 삶과 죽음을 사색하다가 시나브로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다.”고 여겼단다.

고독사한 부패한 시신까지 거두어 염을 하여 저승으로 보내 드리는 일을 하다 보니 카네기가 말한 그 「하늘의 뜻」을 알겠더라고 했다. 살아온 날이 좋았다고 해도 돌아갈 날은 없다. 이젠 귀촌 8년 만에 동·식물과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고 몸은 바빠도 맘은 안정되는 내 나날이 그렇다.

수탉이 무시로 쪼아대는 암탉은 맨살이 붉게 드러나서 볼 때마다 수탉이 야속했다. 한편 수탉은 외부 침입자에 죽을힘을 다해 방어했다. 하물며 닭을 키우며 보고 느끼는 감정도 높은 「하늘의 뜻」으로 눈치챘다.

탄생도 죽음도 풀 수가 없다. 그러나 제 분수를 알아서 소소히 만족하라는 「하늘의 뜻」은 받았다. 떠도는 구름처럼 서서히 사라질 만물이지만, 만상에 머문 신선한 공기처럼 무시로 올 생사일 따름이다.

텃밭에 잡초를 뽑으며 아집도 철칙도 무너뜨리는 무서운 힘도 느꼈다. 해마다 유월이면 벼가 자라서 어울리는 초록 들판을 바라보는 걸 또 복 겨워한다. 산야(山野)도 나도 탄생과 죽음으로 철철이 옷 갈아입는 자연에 와 살면서 편안한 숨을 쉬었다. 이런 안분지족도 「하늘의 뜻」이었다.


김임선 기자 sun4750@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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