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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를 위해 출신지를 바꿨다

- 장관 출신지 세탁 -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처음 만난 사람과 차차 친숙해지면 " 어느 학교 출신이냐?" 또는 "고향이 어디냐?" 고 물어보거나 반대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 출신학교는 쉽게 말하지만 내가 태어난 고향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때가 있다.

내가 태어난 곳만을 가지고 바로 내 고향이라고 답하기에는 뭔가 불합리한 느낌이 들었다. 통념상으로 고향이란 나 자신의 출생지도 중요하게 생각되지만, 그보다는 내 아버지가 출생하고 그 윗대까지 출생하여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 내 출신지(고향)라고 생각해 왔던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서울특별시가 서울(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지, 600년이 되는 해의 기념사업으로 인구조사를 한 후, 1천만 서울시민 가운데 순수한 서울시민은 1만 명이 채 못 되는 9천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이 고향(출신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은 자기가 서울에서 출생한 것은 물론, 자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역시 서울에서 출생하여 3대가 되어야 자기의 고향이 서울이 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요즘 스스로 자기 출신지를 부정하고 세탁하는 일도 있다. 특정 지역 출신이면 불이익이나 이익을 받는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입사 원서 양식에 본적은 아예 쓰는 칸이 없고 현주소만 기재하도록 하니 그의 정확한 출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 출생지를 이북에 둔 많은 실향민 1세대가 생존하고 2세와 3세도 대부분 이남에서 태어났다. 실향민이 아니더라도 고령자 대부분의 출생지는 이남 지방이고, 그 아랫대는 수도권에서 태어났거나,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산다. 그래서 한 가족 중에서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고향과 아들과 손자가 생각하는 고향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대선에 출마한 모 인사의 출생지는 이북이다. 그의 부친이 일제 강점기에 이북(황해도 서흥)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태어났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충주와 광주에서 다녔고,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의 출신지를 전라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충청도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후보자의 출신지가 충청도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의 조부 산소가 충남 예산에 있었으므로 그가 설사 이북에서 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의 출신지는 당연히 충청도 예산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통념상으로 선산이 있는 지역이 바로 자기의 출신지가 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입각한 모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까지 그의 출신지는 전북 고창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장관 개각 때 그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가 되었을 때는 출신지가 전북 고창이 아닌 서울로 바뀌었다. 전북 익산 출생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 출신이 되었고,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광주광역시 출신이나 인천 출신이 되었다.

청와대는 이렇게 발표함으로써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책 개각이었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은 7명의 장관 후보 중 3명이 전라도 출신이라고 하면 전라도 편중 인사로 비난을 받을까 봐 고등학교를 나온 곳을 그의 출신지라고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개각 때마다 장관 후보자는 국내에서 출생했더라도, 만약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거나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면 일본 출신이나 미국 출신으로 발표해야 할 것인가? 후보자가 졸업한 고등학교를 출신지라고 발표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이나 공직생활에서 자기의 출생지로 인하여 어떤 불이익이나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하여 굳이 자기가 태어난 출신지를 버리고 마치 부정한 돈을 깨끗한 돈으로 만들기 위해 돈세탁을 하는 것처럼 출신지까지 굳이 세탁할 필요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황재영 기자 hjy27@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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