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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의 자질과 전문성

-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외교관 인사는 위험 -

내가 전 주한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71) 씨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주한일본공사로 재직하고 있던 2005년경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전북대학교 인문대학에서 무토 공사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게 되었는데, 내가 통역을 맡아 학장실에서 그와 첫 대면을 했다.

그는 작은 체구에 온화한 모습이었고 보통 일본인과는 사뭇 다르게 아주 자연스러워 금세 친근감이 들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한국인으로 착각할 만큼 정확한 발음이었다. 그가 강연 내용을 담은 두꺼운 한글 원고를 내게 내밀면서 잘못된 곳을 고쳐 달라고 하여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맞춤법이나 문장에 전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내가 감탄하며 그에게 원고를 돌려주자, 이번에는 자신이 한국어로 연설하는 도중 실수를 하거나,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경우 도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가 두 시간 정도의 강연 중에 실수는커녕 질의응답마저도 매우 만족스럽게 마쳤다.

참석자들은 모두 그의 유창한 한국어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그에게 한국어 공부를 몇 년간 했느냐고 물었더니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4년간이라고 하였다. 그 말에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20년 이상 공부한 내 일본어 능력보다 4년 공부한 귀하의 한국어 능력이 더 낫다고 칭찬한 기억이 난다.

그 후 몇 차례 공식 석상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지만, 한동안 소식을 모르고 있었는데, 2010년 마침내 주한 일본대사로 부임했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적임자가 왔구나. 하고 내심 기뻐했다. 그가 이명박 정부 시절 2년간 대사로 재임하는 동안에도 한일 간에는 독도 문제, 종군위안부 문제 등 여러 난제가 있었지만, 퇴임할 때 우리 정부가 수교훈장을 수여 한 것으로 보아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퇴임 후에도 부산에 남아 동서대학교 석좌교수로 3년간 재직하다가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2017년 5월경 그가 난데없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저서를 일본에서 출판한 사실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일본인 가운데 보기 드물게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고 아주 선해 보이는 인물이었는데, 표제만 보아도 ‘혐한’을 연상하게 하는 저서를 내놓았다고 생각한 것이다.나는 즉시 원서를 구하여 숙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일본학 분야 퇴직 교수 학회인 「목근회」에서 그의 저서 내용과 소감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은사 이영구 교수님은 필자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처지라서 그런지 매우 분개하시며 전화로 직접 항의하셨다고 했다.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직 외교관으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판단하신 것이다. 무토 씨는 출판사 의견에 따라 ‘혐한’으로 여길 만한 표제이기는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쓴 것은 아니라며, 한국의 많은 지인이 우려와 공감을 전해 왔는데 후자 쪽이 더 많다고 해명했다.

그의 외교관 생활 40년 중 대부분을 한국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고, 한국에 주재한 기간만 해도 12년간이나 되었으니 그야말로 ‘지한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어서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그를 ‘혐한파’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제주도 출신으로 현재 일본 다쿠쇼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치맛바람』 등의 저서와 대중매체를 통해 일본 사회에 ‘혐한’을 부추기고 있는 오선화(吳善花)를 후원하는 아베 총리의 행위를 비난한 것이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본 시인들조차도 부러워할 정도의 특출한 일본어 감각으로 일본어판 한국명시 집 3권을 출판하여 한국의 수준 높은 시문학을 소개하는 한편, 서간·수필집 「목근 통신」을 통하여 일본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많이 하신 고 김소운(金素雲) 선생의 ‘두 민족이 숙명적인 감정을 무너뜨리고, 인류의 공동목적을 위해 제휴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잘 새겨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 내용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귀담아듣고 개선에 노력해야 할 점을 소개하겠다. 그는 한국 사회의 가혹한 현실을 첫째는 인생을 결정짓는 대학 입시와 그에 따른 상식을 초월하는 교육비, 둘째는 삼성 취업경쟁률이 700:1일 정도로 극심한 취업 사정, 셋째는 엘리트가 아니면 결혼조차 어려운 현실, 넷째는 자녀 교육에 결혼까지 책임을 떠안게 되어 노후대책이 없는 상황, 다섯째는 징병제로 인한 남녀의 격차 등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배경에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꿈과 희망을 포기한 한국 젊은이들, 이른바 ‘7포 세대’(연애, 결혼, 취업, 출산, 주택, 인간관계, 꿈)의 분노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말미에 앞으로 “한국 사회가 이 책에서 우려한 대로 되지 않아 한국인들이 ‘한국에 살고 있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시점인 최근에 다시 『문재인이라는 재액(災厄)』을 내놓아 다시 큰 충격을 주었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신문 보도를 보고 짐작하건대 문재인 정권 2년 동안 그가 우려했던 일들이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을 보고 더욱 강렬하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타국의 외교관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로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지경이 되었는지 착잡한 심경이 되기도 한다.

한편, 우리나라 외교관도 무토 씨 같이 3, 40년을 한 나라에 관련된 업무를 집중적으로 맡아 상대국 사회의 모든 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면 국가의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더 씁쓸해지는 마음이다.


유상희 박사명예교수, 전 전북대학교 교수) shyoo4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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