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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진산 성지 순례길을 찾아서

- 천주교 신앙의 역사길을 걷다 -

코로나 19로 모두가 발이 묶이고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운 요즘이다. 지난 8일 천주교 대전교구의 ‘장안진산 성지 순례길’을 걷기로 하고 차를 몰아 장태산 휴양림으로 갔다. 휴양림도 코로나19로 폐쇄되어 ‘입장 불가’란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있다. 순례길은 휴양림을 지나 자작나무 펜션이 있는 하산막 동네에서 시작한다.

장안동 순례길 입구에 유래비와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장안진산 성지 순례길’은 대전시 서구 장안동에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의 진산 성지 성당까지 이르는 4km의 순례길이다. 진산 성당이 있는 진산면 지방리는 한국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의 생 거지다. 두 사람은 1791년(신해 박해) 유교식 조상 제례를 지키지 않고 천주교식 조상 제례를 따름으로써 전주 풍남문 밖(현재 전동성당 터)에서 참수 처형되었다. 윤지충은 “만약에 제가 살아서 건 죽어서 건 가장 높으신 아버지를 배반하게 된다면 제가 어디로 가겠습니까?”라고 신앙을 증언했다.

지방리에서 산을 넘으면 당시에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외진 동네 장안동인데 윤지충, 권상연의 유지를 따라 그곳에 천주교 신자들의 공동체가 꾸준히 형성되었다. 장안동에 살던 김유산은 성직자 영입을 위해 북경을 두 차례나 왕래하였고 그 죄로 1801년 전주에서 처형되었다. 당시 신도 회장 한재권과손선지, 그리고 정원지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으로 이거를 하여 살다가 1866년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하였는데 1984년 모두 성인품에 올랐다. 특히 한재권 요셉은 아버지의 구명운동도 단호히 뿌리친 채 순교의 길을 택하여 망나니의 칼날에 목을 맡겼다. 당시 그의 나이는 한창 젊은 31세였다.

순례길이 시작되는 곳에는 ‘장안 진산 성지 순례길 유래비’가 세워져 있어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유래비 옆에는 안내도가 명료하게 순례자들을 안내한다. 길은 호젓한 산길로 이어진다. 봄을 재촉하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새소리가 골짜기를 가득 채운다. 천주교 대전교구에서는 순례길 곳곳에 벤치를 설치하고 계단도 잘 다듬어 놓았다. 가다 보면 넓은 평상도 설치하여 여러 명이 둘러앉아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담소를 나눌 수도 있도록 하였다.

순례길은 시냇물을 건너 오솔길을 따라 이어진다.

옛날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진 남정네도 아이를 업은 여인네도 땀을 흘리며 걸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장난을 치며 웃음소리가 골짜기를 울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하느님과의 맹세를 지키고자 사도신경을 외우고 주기도문을 바치며 묵주를 돌리며 이 산길을 올랐을 것이다.

산길은 마지막에 급경사를 이룬다. 숨을 고르며 오르면 고갯마루다. 이름도 정겨운 ‘마근대미재’이다. 눈앞에 많은 산의 능선들이 겹치고 그 아래에 진산 지방리 동네가 아늑하다. 진산 성당도 보인다. 올라올 때보다 더 급경사를 내려가면 개간한 밭이 나오고 양지 녘에는 벌써 냉이와 쑥이 제법 자랐다. 계곡을 더 내려가면 지방도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찻길을 따라 걷다가 제방길을 걷다가 하며, 가사벌 동네를 지나고 다리를 건너면 진산성당이 나온다.

진산성당이 백 년의 역사를 바라보며 서 있다.

천주교 진산 성지 성당은 1927년에 건립된 성당 건물이 현재까지 미사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목조 한옥성당의 건축적 특성과 가치를 보여주며 지역적, 종교적 역사성을 내포하고 있어 국가등록문화재 제682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앙을 받아들이고 전교하였으며 1791년 신해박해로 끌려간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지(聖地)로 조성되고 성당 앞에는 두 사람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성당 옆에는 ‘진산역사문화관’이 있어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평소에는 신자이든 일반인이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인데 코로나의 위력 때문인지 조용하다.

오늘의 목적은 순례길을 걷는 것이기 때문에 성당 앞에서 간단히 예를 갖추고 걸음을 돌려 다시 순례길 4km를 걷는다. 다시 고갯길을 넘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옛사람들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되새기며 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골짜기를 들어선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멀리 진산성지가 보인다. 다시 산길을 재촉하여 계곡을 빠져나오니 산골마을인지라 해가 일찍 지고 있다. 옛 선조들의 신앙과 삶의 발자취를 몸으로 걸으며 느껴보는 아름다운 ‘장안진산 성지순례길’이었다.


김성련 기자 srkim4u@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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