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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의 단상

- 꽃과 잎은 서로 경쟁적이면서 상보적 역할을 한다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이렇게 시작하는 우리 가곡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시기가 봄이다. 잠자고 있던 식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꿈틀거리는 3월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꽃을 피운다. 눈에 익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이 자기가 먼저라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우리를 즐겁게 한다.

어떤 것은 꽃이 먼저 나오고 어떤 것은 잎이 먼저 나온다. 그런데 춘삼월 추울 때 먼저 나오는 것은 꽃이고 잎은 4월이 되어야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잎은 싹이 터 나올 생각도 못 하는 싸늘한 시기인데도 꽃은 가지각색으로 아름답게 피어난다.

나는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조금은 흥미롭다. 왜 어떤 녀석은 꽃이 먼저 피는데 어떤 녀석은 잎이 먼저 나오는 것일까? 3월 말 어느 신문에 “벚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잖아… 그것도 성격 탓이지, 성격”이라는 제목이 나의 눈에 들어온다.

물론 성격이라면 벚꽃을 사람에 비유해 사용한 용어일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가진 내용 즉 ‘봄이 오면 꽃이 먼저 피는가? 아니면 잎이 먼저 나오는가?’ 하는 데 관심을 두었기에 그 글을 훑어보았다. 그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쓰느라고 그렇게 썼으리라.

꽃은 종족 번식의 기관이지만 잎은 종족 번식과는 관계없는 개체유지 기관이지 않은가? 두 기관은 서로 경쟁적이면서도 상보적인 역할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종족 번식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는 꽃이 먼저 피어나겠지만 내 몸이 튼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잎이 먼저 나와 양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벚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는 것은 종족 번식이 최우선이라 종자부터 만들어서 삼천리 곳곳에 벚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다만 종족 번식 우선으로 진화한다는 것은 꽃이 먼저 필 것이며 튼실한 몸이 우선이라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은 잎이 먼저 나올 것이리라. 4월 초 여의도 윤중로에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드는 벚꽃 축제가 화려하게 진행되는 광경을 TV를 통해 또는 신문 지상의 사진을 매개로 하여 보니까 나도 그 축제에 참여하고픈 충동을 받는다.

그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장 외에 전주에서 군산 가는 도로의 벚꽃 터널, 화개장터-쌍계사 십 리 벚꽃 길과 진해 벚꽃 축제장 같은 곳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축제향연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벚꽃 축제의 진면모는 워싱턴의 벚꽃 축제다. 포토맥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인공호수를 보면 수천 그루의 벚꽃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열리는 벚꽃 축제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그 워싱턴 벚꽃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아픈 과거를 만나게 된다. 러일전쟁의 전운이 짙어져 가던 1904년 초 고종황제는 두 나라 간의 분쟁이 심해지면서  엄정중립을 지키겠노라고 선언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선언은 대한제국의 몰락을 예고하는 자기 고백에 불과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러시아의 남하를 극도로 경계했던 미국은 일본군의 한반도 진입을 용인하게 되었으며 결국 러일전쟁이 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 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그 후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고종황제는 이승만을 미국에 보내 도움을 호소했지만, 미국은 일본과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1905년 7월 그 유명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맺어졌다. 

그 밀약 속에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용인하고 일본은 필리핀을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 몇 년 뒤 일본은 3,000그루의 벚나무를 미국으로 보내 뿌리를 내리게 했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그 벚나무들은 굳건한 미·일 동맹을 상징하는 거목으로 성장하여 매년 포토맥강변에서 세계 제일의 벚꽃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미국은 동아시아 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 운명에 여러 차례 개입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아픈 과거로 남아 있다. 즉 일본의 한반도 침입을 용인하고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는데 소련과 합의한 것도 미국이었다.

그 반면에 6.25 전쟁 때 유엔군과 함께 목숨 바쳐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았을 뿐 아니라 전쟁의 참화 속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미국이었다.


정완호 박사(수필가, 전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wanho-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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