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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단상(入院 斷想)

- 감사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생활 -

지난 5월 17일에 어머님이 소천하셨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거동이 불편하셔서 6개월을 아우들과 함께 경기도 이천시 동생이 모시고 있는 어머님을 돌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97년 전 새싹이 움트고 꽃 피는 4월에 이 세상에 오셨고 장미꽃이 만개한 화려한 5월에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님, 고운 날에 모실 수 있음이 감사하다.

어머님을 보내옵고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다. 옥수수와 감자를 심은 밭을 돌아보고 오다가 뒤에서 차가 들이덮쳤다. 사고를 낸 차는 한낮인데도 그냥 도망가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풀밭에 누워있었으며 경찰에 신고하고 119 소방차의 도움으로 양평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뺑소니 운전사는 내가 죽었으려니 생각하고 겁나서 도망갔지만, 차에 치이고 풀밭에 떨어져서 큰 부상이 아니었으며 이만하기 다행이며 감사한 일이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 돌 더미에 떨어졌으면 생명도 위험한 일이었다. 사고 난 지점에서 4, 5m 떨어진 곳에 50cm 높이의 경계석이 촘촘히 세워져 있었다.

어머니의 삼우제를 마치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경찰서에서 사고 운전사를 잡았다는 연락이 왔다. 운전사 잡힌 것도 감사한 일이었다. 생명을 경시한 뺑소니이기에 운전자가 괘씸하기만 했다. 가슴 아픈 일은 뺑소니 운전사는 78살 되는 종이박스를 줍는 노인으로 살기가 힘든 것 같다는 경찰관의 이야기를 들으니 슬프기만 했다. 피해 보상보다는 선처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원해보니 많은 교통사고 환자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며 교통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나의 이 정도의 상처를 입은 것이 감사하기만 했다. 지금 생각하니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서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6살이 되도록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으며 이번 처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남보다 강하거나 튼튼한 몸이 아니지만, 잔병치레 없이 부지런히 살아왔음이 감사한 일이다. 남과 비교해서 행복을 논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다리를 다쳐서 고생하는 환자,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치료를 받는 환자, 끙끙거리며 밤잠을 자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며 이 정도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병원 식도 입맛에 맞아 감사하다. 당뇨병 환자 음식이라면서 간이 맞지 않아 가까운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 먹기도 하고 간식거리를 사다가 끼니를 때우는 젊은이들을 보며 밥맛이 좋아 밥 한 톨, 김치 한 조각 남기지 않는 것이 또한 감사했다.

4인이 함께 쓰는 병실은 한 사람의 공간이 넓고 잠자리도 생각보다 쾌적했다. 환자복은 활동하기 편하며 수시로 갈아입을 수 있으니 감사했다. 코로나19로 보호자의 접견도 통제된 환경에서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아픈 정도가 어느 정도이며 병원 생활이 얼마나 무료하고 힘드냐고 친구들이 물어오지만 그렇게 힘들거나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었다.

하루에 3, 4번 치료를 받고 여유시간이 있어 책을 읽기도 하고 살아 온 삶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또한, 이어폰을 끼고 1980년대 KBS에서 방영한 이광수의 ‘유정’과 같은 우리나라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영상화한 작품들을 하루에 한두 편을 감상하며 한 세대 앞서간 작가들의 생각과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니 감사했다.

84세의 노인이 휠체어를 타고 식반 나르기가 힘들어하기에 마다하는 것을 뿌리치고 식반을 날라주는 일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했다. 입원하면서 환우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새롭기만 했으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감사했다.

병원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 장례 일과 교통사고를 생각해 보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가 오는 날인데도 어머님의 장례 일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고 어머니상에 교통사고까지 당함을 걱정해 주는 친지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70 평생을 살아오며 많은 분으로부터 빚을 지며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기까지 살아왔음은 많은 분이 이끌어 주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입원하면서 아픈 날이기도 했지만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함께하는 분들에게 감사하며 그분들에게 감사의 빚을 갚으며 겸손하게 사는 삶을 다짐했다.


이재중 기자 leejj820@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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