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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현장에서(1)

- 장맛비가 내리는 8월의 첫 주 일요일 날 -

비는 물이다.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빗물이다. 그러나 그 물이 모여 힘이 실리고 가속도가 붙으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 불가하다. 지난 2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 위의 남산에서 줄기차게 내리친 빗물로 산사태가 나서 밭과 마을과 들을 덮치고 말았다.

새로 이사 와서 잘 단장해놓은 집들과 기존 집들이 옹기종기 많았다. 산기슭이다 보니 완만한 급경사로 된 농촌 마을이다. 이 남산에 국지성 빗물이 쏟아져 내리고 마을 삶터를 순식간에 훑어가고 사람들의 온기 나던 평화스러움을 깨고 말았다.

남산 산줄기에서 순식간에 떠밀려온 나무와 물이 집을 덮친 현장이다.

“아침 7시쯤에 비가 많이 와서 비닐하우스에 늘어놓은 고추를 거두려고 나갔는데 순간적으로 저 윗집에 있던 검은 승용차가 둥둥 떠내려오고 이어서 컨테이너가 밀려서 저 아래 동네로 가버렸다”라고 길 안쪽에 사는 배순자(70·죽산면 장원리) 씨가 전했다.

부랴부랴 달려온 이장(박창수·죽산면 자치위원장)은 “혼자 사는 노인네 집을 빗물이 덮쳤다는 말에 달려갔으나 이미 아래채와 위채가 다 파손되고 사람을 찾아도 뵈지 않았다. 기와집이 떠서 부서지면서 매몰된 거로 여기고 119에 연락을 했고 약 3시간 동안 굴삭기로 집을 파서 노인(73)을 구출했다. 지금은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보냈다.”

박유미(36) 씨가 부모님과 전날 단란하게 식사하고 잠자던 집안이다. 

“남산 밑에 산 지가 오십 년이 되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무슨 빗물이 이리도 무서우냐! 곳곳에 둘러본 집들은 흙탕물로 범벅이고 갑자기 벼락처럼 당했다. 산에서 쏟아져 내린 커다란 나무랑 집들이 뒤엉키고 막혀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집이 떠내려가고 파손되고 논밭이 파였고 물이 넘치고 승용차가 저 아래 길까지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래도 날이 밝은 아침때라서 사람들이 집을 튀어나왔다. 산사태를 사람들이 피한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다.”

물길이 세 가래나 생기고 물이 쏟아졌다. 산에서 쏟아지는 흙탕물이 남산 동네를 새로운 곳인 양 판도를 달리하고 말았다. 장맛비가 밤새 온 데다가 산에 닿은 국지성 게릴라 빗물 덩이가 흙덩이랑 나무를 뿌리째 밀고 내려오는 바람에 일을 내고 말았다. 가내공업을 하는 집 앞으로도 물길이 하나 생기고 기존물길은 토사로 메워져 흔적도 없어져 버렸고 매몰된 기와집 쪽으로도 물길이 또 하나 생겼다.

물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서 산을 올라가 본 정경이다. 이곳은 인삼밭이었다.

산 바로 아래는 검은 천으로 햇볕을 가려두고 5년 동안 금산에서 남산까지 오가며 인삼을 키운 육십 대 부부의 인삼밭이 13200㎡(약 4000 평)라고 했다. 인삼밭은 아예 흔적도 없는 자갈돌이 차지하고 군데군데 물렁물렁한 토사 흙이 표면을 부풀리고 있어서 근접도 힘들었다.

“영상을 찍으려니 손이 떨려서 핸드폰 여는 걸 할 수 없었다. 하늘이 노한 거다. 빗물은 순하게 왔지만, 하늘에서 물을 퍼붓듯이 게릴라성으로 오니 저렇게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뿌리가 뽑혀서 물에 앞서서 물길을 만들었지. 성난 물이 온 동네를 이전과 몰라보게 했고 여태 가꾼 농작물도 다 떠내려갔다.”

남산에서 뿌리째 파여 물을 밀고 온 나무 밑둥치가 내평개쳐져 있다. 

이곳저곳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 쉬는 사람들은 하늘을 원망했다. 약 오십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남산 동네는 젊은이가 많지 않고 다들 노인들이 한둘 집을 지키며 사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대부분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자식들이 산사태로 집안에 떠밀려 들어온 쓰레기를 치우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었다.


김임선 기자 sun4750@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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