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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 화장실 불 끄지 않은 죄 -

내가 화장실 불을 끄지 않아 온종일 켜 있더란다. 또 하루는 목욕탕에 불을 켜둔 채 나왔단다. 전에도 가스레인지 위에서 찌개를 태운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일이 더 잦은가 보다.

아내가 정신과의원에 가보자고 했다. 나는 치매 단계는 아니고 건망증 같은데, 검사해보자니 화내지 않고 따르기로 했다. 아내가 송파동에 있는 ○○나루정신의학과의원에 예약했다. 지난 1월 25일 오전 9시 50분, 둘째 딸 차를 타고 갔다.

딸과 아내가 진료실에 들어가고, 나는 대기실에서 문진표를 작성했다. 성명,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직장(직급), 최종학력(전공) 등을 적고, 동의서를 작성했다. 10년간 보관한다며 서명하라고 했다. 우울증, 자살 충동, 무력증, 즐거움 등등 30여 가지나 되는데, ‘예’, ‘아니오’로 표시했다. 내게 문제 될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간호사가 물었다. 오늘이 몇 년,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인가요? 이곳이 몇 층인가요? 아침 식사에 무엇을 드셨나요? 여기는 송파구 무슨 동 어디인가요? 제가 말하는 단어를 듣고 따라 해보세요. 소나무, 자동차, 모자, 100에서 7을 빼면 얼마죠? 거기서 또 7을 빼면 얼마죠? 또 7을 빼면, 또 7을 빼면? 몇 번 했다.

아까 말한 단어를 순서에 맞게 말해보세요. ‘소나무, 자동차, 모자.’ 오각형 두 개가 한 곳이 겹치게 그려진 그림을 보여준 후 바로 덮고, A4 용지에 그대로 그려보라고 했다. 그 종이를 오른손으로 반으로 접어 왼손으로 주세요. 모든 것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척척 했다. 처음에 10분 정도 걸릴 거라더니, 5분도 안 돼서 끝냈다.

아내와 딸이 진료실에서 나오고 내가 들어갔다. 의사는 문진표를 보면서 물었다. 나는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다. 치매는 옛날 것은 잘 기억하는데 요즘 것을 잊어버렸다가 다시 떠오르지 않는 것이고, 건망증은 잊어버렸다가 다시 생각나는 거라고 했다.

가족으로부터 요즘 신경이 예민하다고 들었단다. “내가 올해 팔순입니다. 기념으로 포토에세이 4집을 준비 중인데 사진을 몇 컷 더 찍어야 하고, 옛날 사진을 찾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회갑 때 사진집을 내고 개인전을 했으며, 칠순 때 첫 번째 포토에세이집을 냈고, 그 뒤로 두 권 더 냈습니다.”

의사와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다음 단계 검사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진료실에서 내가 나오고 아내와 딸이 들어갔다 나와 진료비를 내고 처방전 없이 귀가했다.

먼 길 가는 날까지 심하게 아프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살다가 가기를 바란다. 벽에 변으로 그림 그리고, 아내나 자식 보고 ‘뉘시오?’ 한다면,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비극일 것이다. 지금처럼 지내다 가면 좋겠다. 제발 치매만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실버는 건망증이 심하고 기억력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럴 때 정신과의원에서 검사받아보고 치매 초기에 약을 먹으면 낫지는 않더라도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고 한다. 미리 신경 쓰고 대비하여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김의배 기자 saesaem@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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