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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리

- 우리 모두 -

엄마는 늘 그랬다. 밥은 먹었니배고프지 않니? 밥 먹어라. 밥 먹고 다녀라, 전화를 걸면 안부는 밥이 먼저였다. 밥이 넉넉지 않은 세대를 살다간 엄마의 사랑은 늘  밥이 앞섰다. 혹여 밥 안 먹고 다닐까 봐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살았다. 밥이 보약이란 말을 믿으며 밥 잘 먹기를 바랐다.     

얼마 전 지인이 휴대폰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백일쯤 된 여자 아기가 옹알이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넋을 잃고 보았다. 아기는 새로 맞이한 외할머니와 눈 맞춤 하며 어르는 대로 뭐라 대꾸했다. 까르르 넘어가다가 몸을 흔들며 웃기도 한다. 마치 저를 반겨주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이 아이 예쁘지요? 우리 딸이 입양한 아이예요이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이 둘을 낳은 젊은 엄마의 선택 앞에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더구나 그 아이를 위해 다니는 직장을 1년 휴직했다니 대견했다. 오죽하여 아이를 버린 엄마가 안다면 얼마나 고마워할까. 영상을 같이 보던 할머니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 아이는 참 축복받은 아기네요.”    

새해 벽두부터 언짢은 소식이 연달아 마음이 무거웠다. 세상에 태어나 겨우 열여섯 달 살다간 정인이 소식이 전국을 들끓게 했다. 정인이 사건은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 죽임당한 사건이다. 이제 막 옹알이를 끝내고 아빠, 엄마, 맘마 같은 투명한 말을 병아리처럼 쏟아낼 나이에 멍투성이가 되어 아픔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 아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엄마가 밥은 제대로 먹였을까. 그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부모 몰래 병원에 데려갔을 때, 의사는 학대 의심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때 제대로 된 수사만 했어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일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자리인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엄마가 된 이후에는 죽음마저도 허락할 수 없는 자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식에게는 그만큼 엄마가 중요하지 않던가. ‘엄마라는 자리는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돌봐 주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가르치고 교육해야 하는 의무도 따른다. 그런 책임 없이 입양은 왜 했을까. 사형수도 어머니 앞에서는 순해지고 착해진다.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만큼 모든 걸 다 알아주고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존재이다. 가임 여성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세태에 태어난 아이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사회가 안타깝다. 요즘 어린이 학대 사건이 너무 많다. 학대 피해 아동들은 코로나 여파로 인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한다.     

의붓아버지와 친엄마에게 학대당한 창녕 어린이 사건, 조카를 데려다 물고문으로 숨지게 한 이모 부부의 사건, 익산에서는 우유 먹고 토했다고 때린 20대 부부,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구미 빌라에서는 세 살 여아 시신 발견, 친모는 아이를 혼자 놔두고 집을 떠났다니 엄마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기본이라도 알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학대당한 아이들은 신체적 고통,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컸을까. 아이의 죽음을 알면서도 수당만 챙겼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다. 중장년층에게 엄마는 나이 많은 할머니가 되었거나 이미 고인이 돼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엄마는 늘 내 가슴 속에 살아 있지 않은가. 밥 잘 먹고 다니라고 응원하고 그 자식이 잘되기를 빌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은가.     

아동학대 뉴스가 나올 때마다 더럭 겁이 난다. 또 어떤 소식인가 하는 의구심에 마음 저려온다. 더구나 친부모로부터 학대당했다는 소식은 아연실색한다. 제때 밥은 잘 먹였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촉수가 곤두서기도 한다. 자식을 낳은 부모는 그 자식을 돌보고 키우며 책임져야 한다. 그 아이의 인생이 부모 인생 아닌가.     

그 이면에 따뜻한 엄마들이 있었다. “우리가 정인이 엄마다라는 기사를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평의 어린이 공원묘지에 있는 아이 무덤에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젊은 어머니들이 명패를 세워주고 사진을 복원에 놓았다. 시민들이 놓고 간 편지와 과자 등의 선물도 쌓여있다고 한다. 따끈한 밥을 지어온 엄마도 있었다. 봄기운처럼 가슴 따뜻한 소식이다.    

일면식도 없는 엄마들이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힘이었다. 평범한 엄마들이 코로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달 넘게 지역 경찰서와 홀트아동복지회, 지방경찰청을 돌며 릴레이 시위를 했다. “정인아, 미안해라는 말을 남긴 것도 이 엄마들이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 제자리가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가장 행복하고 흐뭇하다. 2의 정인이 사건이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실버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 모두 아동 학대만큼은 없애는 데 힘써야 하겠다.

 

김인자 기자 appleinja@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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