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승용차로 석포역을 지나 승부역으로 가는 12km가량의 1차선 도로의 콘크리트 길은 급커브와 공사 중인 관계로 위험 요소가 많고 대형차와 교차할 때 공간이 부족해 운전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평일인 관계로 통행 차량이 적었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정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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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역에 도착한 열차에서 승객이 내리고 있다. |
영동선의 승부역(承富驛)은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승부길 1162-5에 있다. 이 역은 열차운전시행규칙에 따라 역무원(역장) 1명이 근무한다. 역사에는 대합실과 승차권 단말기가 없기 때문에 코레일 톡에서 예매를 하거나 승차 후 산다. 플랫폼에 위치한 현대화된 간이 대합실은 냉난방 시설이 되어 있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아담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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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된 대합실 앞에서 방문객이 추억의 사진을 찍고 있다. |
원래는 울진군 서면 전곡리에 속했지만, 생활권이 봉화인 관계로 1983년 이 일대가 봉화군으로 넘어갔다. 옛날에 승부역이 속한 동네가 다른 동네보다 잘 살아서 부자들이 많이 산다고 부자마을이라고 불리며 승부리란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주변에 작은 마을만 있어 이용객이 아주 적었으나, 이 역이 자동차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소박한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오지의 역으로 알려지면서 이용객이 차츰 증가했다. 따라서 무궁화호의 정차 횟수가 늘어나고, V-Train, 동해 산타 열차가 정차하는 역으로 거듭나면서 접근성이 향상됐다.
전에는 석포면 소재지에서 승부마을까지 마을버스가 운행됐지만, 승객의 감소로 현재는 운행하지 않는다.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짐 실은 대형 트럭이나 저속 차량을 따를 경우가 많아 편도 운행에 1시간 정도의 이동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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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이 승부역장(맨 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황병성 승부역장은 “이곳은 오지 역으로 유명해진 이후, 여유 있는 정차 시간을 이용해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거나 가게에서 어묵, 김치전에 막걸리 한잔 하고 토산품을 사 간다. 자동차를 이용한 관광객은 강가의 주변과 투구봉 숲길을 거닐며 힐링을 즐긴다. 상인들이 상주하기는 해도 관광객이 떠나가면 여전히 고요하기만 하다”고 했다.
역에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가 있어서 종이를 가져가면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이 역 구내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승부역은 / 하늘도 세평이요 /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 수송의 동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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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이 열차에 타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
청주에서 온 김형길(68) 씨는 “이웃 영덕에서 군 생활을 한 후 봉화군을 자주 방문했으나 자동차로 승부역 방문은 처음이다. 어렵게 이곳을 방문했지만, 아직 자연의 신비함을 유지한 주변의 경관에 매료돼,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오늘 역장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이곳을 많이 알게 됐고, 앞으로 역무원 없는 역으로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지 역 활성화를 위해서 역무원은 계속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졌다”고 말했다.
반창록 기자 bonae002@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