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최경자 / 등록일시 : 2019-04-01 21:56:38 / 조회수 : 47
제목 하사(下士), 장관 앞에서 큰소리(?)치다./이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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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
(下士), 장관 앞에서 큰소리(?)치다./이원우

 

나는 예비역 하사다. 사병으로 출발하여 군 간부가 된 경우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그 숫자가 말이다. 우리가 군대 생활을 마칠 무렵 병장이 아니라, 하사로 제대시켜 준 배려가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고맙다. 당시 전군 병사의 반의반 정도가 거기 해당되었다. 난 진급을 담당하는 사단 부관부 소속이어서 하사야말로 떼어 논 당상이었다.

 

만약 내가 병장을 단 채 예비군복을 입었더라면? 오늘의 난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서울역에 나가 보자. 언제든지 제대 모자를 쓰고 고향 앞으로를 외치는 녀석’(나는 그들을 그렇게 부른다/혹은 전우라고도)들이 수두룩하다. 한데 그게 끝이다. 어느 누구도 병사 모자를 쓰고 거리를 휘젓고 다니지 않는다. 실은 병으로라도 제대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조! 그게 기다려지는데.

 

어쨌든 나는 하사여서 기고만장해 있다. 사흘이 머다 하고 집을 나서서 장거리를 뛰고 귀가한다. 각계각층의 인사를 만나지만, 특히 군인이 주된 대상이다. 예비역 혹은 현역, 모두를 뜻한다. 지난 7년 동안, 이등병에서 대장까지 전 계급의 장병들과 교유(交遊)했으니, 더 강조해 무엇 하랴!

 

여기서 이런 가정을 한 번 해 보자. 내가 예비역 대령쯤 된다 치자. 그 계급을 달고 다니면서 중장(中將)과 맞닥뜨린다? 그 순간의 그림은 참혹(?)하다. 행여 말이다. 장군이 못되었는데, 대령이 뭐라고 으스댄다며 콧방귀를 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현역이 아니면서 소장 계급을 단다 치자. 그것도 우스개다. 나는 참으로 다행히 대령은 대령으로 예우한다.

 

하기야 어떤 시민 단체의 사무총장은 원수(元帥) 계급장을 달고 다니더라만.그게 계급 사칭이다. 그러나 하사는 괜찮다는 게 내 지론을 남들이 애교로 봐 줄 수 있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거부감을 가지는 동료도 있지만, 연민의 정을 쏟아 주는 이웃이 더 많으니 초지일관하자면서 어금니를 깨문다. 내 명분은 이렇다. 노병은 일흔을 넘겨야 새로워진다!

 

그러니 군이 없으면 나는 삶의 가치와 보람을 모두 잃는다. 하사 모자나 군복은 세상을 관통해 나가는 내 무기다. 이 지론으로 온 몸을 무장한 나는 그래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더러 무지하다며 손가락질을 한다든지, 교만의 대명사라 폄훼하는 이가 있어 근심이 아니 되는 것은 아니로되, 그런 사람이 있는 곳에는 안 가면 된다.

 

그제도 그랬다. 나는 포병연합회 창립 열여섯 번째 기념식에 참석했다. 거기서 해후한 대표 인사는 누가 뭐래도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다. 그가 하사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했다. 일곱 살 차이인 나를 그는 깍듯이 선배 대접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가 알기 쉽게 안보 강연을 한 시간 했는데, 나는 일일이 그걸 메모해서 기사의 뼈대로 삼았다. 원로 장군이며 현역인 포병학교장(소장)과도 거수경례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행복했고말고. 나를 데리고 간 이병수 전 1사단 포병부사령관(중령/ 우리 신문 기자)은 빙그레 웃었다.

 

한데 메모한 걸 잃어버린 거다. 나는 적이 당황하여 찾아 헤맬밖에,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 사회를 하는 예비역 대령이, 나 보고 마이크 앞에서 이야기하라는 게 아닌가. 나는 옳다구나 싶어 본론은 오히려 짧게, 지난 몇 년 동안의 하사 생활은 길게 이야기했다. 말하자면 자기 홍보인 것이다. 시작 전에 충성이라는 구호가 내가 들어도 엄청나게 컸다. 장관도 어리둥절하게 여겼으리라. 나는 고백했다. 하사야말로 최고의 계급이라고. 모두가 웃고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마칠 때는 역시 충성을 토해 냈다.

 

여기저기서 알은체를 했다. 새로 회장을 맡은 출신 전 사단장 이국범 장군과는 포옹까지 했다. 만면에 웃음을 그는 새로운 내 전우다. 나는 이미 이 단체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첫 번째가 악보의 음표 길이 등이 너무 틀린 걸 바로잡고 인쇄하여 10월 모임에 갖고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음 모임에선전선 야곡이라도 한 번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분실물은 찾았고, 신문 기사는 다 썼다. 곧 출고될 거다. 그러면 그걸 사무국장(예비역 중령)에게 보내련다. 고맙게도 그는 나를 형님이라 불러 주었다. 내가 하사가 아니었으면 불가한 일이어서, 나는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그리고 외친다. 군은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하사다!

 


이원우 약력
   

76<誌友문예> 77<수필문학> 83<한국수필> 수필 97<한글문학> 소설 등단/() 한국소설가협이사 · 한국수필가협이사 · 국제PEN한국본부이사 · 한국문인협회문인복지위원 · 대한가수협회원 · 26사단 홍보대사/() 유네스코 부산시부회장 명덕초등학교장/황조근정훈장 ‘KNN 부산방송 문화대상한국수필 청향문학상 부산교육상 화쟁포럼문학상 등//(저서) 소설집 <연적의 딸> 20   

 

이원우 기자 문화예술관 운영위원 novellww67@silver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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